Especial Tokyo Gastronomy

도쿄 미식 여행가, 김기영 교수

‘노브랜드’ 브랜딩 총괄을 맡고 있는 김기영 교수는 소문난 미식 고수이기도 하다.
특히 도쿄 미식에 일가견이 있는 그가 지금 KALPAK과 함께 특별한 도쿄 미식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그에게 듣는 미식의 기준 그리고 미식 여행의 매력.
Q. 도쿄 미식에 대해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있어서 놀랐어요. 교수님과 도쿄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대학교와 대학원 모두 도쿄에서 나왔어요. 졸업 후 제일기획에 입사했고요. 그때가 삼성의 혁신기라 불리던 때예요.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를 주창하던 시기였죠. 이때 삼성은 ‘글로벌 지역전문가’라는 제도를 만들었어요. 도쿄에 대해 잘 알던 저는 도쿄 지역전문가로 들어갔고요. 한국에 제일기획이 있다면 일본은 덴쓰라는 회사가 제일 커요. 거기 임원이던 분이 제일기획에 입사했는데, 제가 일본어 대화가 가능하니까 그분에게 도쿄 맛집 추천을 많이 받았어요.
일본은 노포를 ‘시니세’라고 해요. 그런 곳을 알게 되는 거죠. 수첩에 일일이 기록해 도쿄에 갈 때마다 찾아갔어요. 셰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때 그들의 프로 의식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요. 스시로는 일본 최초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장인이 “규칙적 생활을 하면 인간은 아플 일이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이 기억에 남아요. 셰프의 책임감, 장인정신 등을 알면 알수록 그 즐거움이 점점 커졌어요. 지인들과 도쿄 여행을 가면 제가 맛집 안내를 했는데 ‘김기영과 일본 미식 여행을 하니 공부가 되더라’고 소문이 났대요(웃음). 음식점 운영은 곧 브랜딩으로도 이어져요. 한 명의 셰프가 자신의 철학으로 음식점을 이끌어가는 게 그만의 브랜딩 방법이죠.
Q. 제일기획 입사부터 시작해 공공과 민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브랜딩 프로젝트를 이끌어오셨어요. 이 가운데 누구나 알 만한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를 소개해준다면요?
단연 ‘노브랜드’죠. 이름부터 폰트, 콘셉트, 상품 개발까지 지금도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어요. 노브랜드는 일본 무인양품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도장이 없는 상품’이란 의미의 무인양품이 영어로 하면 노브랜드예요. 그런데 단순히 무인양품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라 한국형으로 변형한 것이 핵심입니다. 일본 무인양품의 경우, 비식품군에 강해요.
하지만 노브랜드는 이마트가 운영하니까 식품군에 힘을 더 줄 수 있었죠. 노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진열대에 있어요. 물류가 매장에 도착하면 창고로 보내지 않고 바로 진열대에 박스 그대로 진열하는 거죠. 그래서 노브랜드 슈퍼는 창고가 없거나 같은 평수의 경쟁 슈퍼마켓보다 창고가 작아요. 그리고 노브랜드는 한 달에 한 개씩 무엇이든 개선해요. 소비자는 모르지만 항상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개선을 하는 중이죠.
Q. 교수님이 생각하는 브랜딩의 힘은 무엇인가요?
브랜딩은 몰랐던 곳, 처음 보는 것이라도 가고 싶고, 사고 싶게 만드는 것입니다.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이건 뭘까? 사도 될 것 같은데’ 하고 안심을 주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이 브랜딩의 핵심이죠. 그리고 거기에는 우수한 품질이라는 조건도 같이 따라와야 하고요. 품질이 나쁘면 절대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거든요. 해외여행을 하면서 정말 많은 음식을 먹어봤어요. 근데 저는 그중에서 일본의 중국 요리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향신료가 센 중국 현지 요리와 달리 일본은 모든 요리를 일본화했거든요. 그게 브랜딩인 거예요. KALPAK과 함께 떠날 도쿄 미식 여행에서는 이렇게 일본화된, 브랜딩이 가미된 맛집을 많이 소개해드릴 예정이고요.

일본에서는 재패니즈 프렌치,
재패니즈 차이니즈 등
일본만의 재해석을 더한 메뉴를 꼭 맛봐야 한다.
사진은 대표적 일식 소재인 ‘우니’를
프렌치 스타일로 재해석한 메뉴.
Q.숙명여대에서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에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강조하는 철학이 있나요?
입학한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어요. ‘같은 미용실 두 번 가지 말라’예요. 매번 다른 곳에 가서 머리를 하라고 말하죠. 여기는 이건 잘하는데 저건 부족하고, 저기는 이건 부족한데 저게 만족스럽다는 식의 구별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기거든요. 한 달에 한 번 머리 손질을 한다고 해도, 졸업 때는 40군데의 경험이 쌓이게 돼요. 그러면 뷰티업계의 전문가가 되는 셈이죠. 그렇게 했을 때 관찰 능력이 생겨요. 그리고 재학 중일 때는 선진국 위주로 여행을 많이 다니라고 권해요. 직장 생활 시작하고 신혼여행 때 휴양지 여행을 떠나도 안 늦어요. 젊을 때는 런던, 파리, 뉴욕, 도쿄와 같은 곳을 가고, 그때는 스스로 여행 준비도 계획해보라고 하죠. 여행 준비 과정부터 공부니까요. 지금 제가 먹고사는 능력은 모두 이런 경험을 통해 생긴 거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제가 르 코르동 블루 교장도 2년을 맡았었는데, 식품 전공이 아닌데도 가능했던 건 음식에 워낙 진심인 덕분이었죠.
Q.KALPAK 독자들에게 일본에 가면 꼭 방문해보라고 추천할 만한 맛집을 알려줄 수 있나요?
일본에는 오래된 가게가 정말 많아요. 아까 시니세라는 단어를 소개했는데, 이런 노포 가운데 진짜 맛집이 많거든요. 그런데 제가 예전부터 알고 있던 시니세 중에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문을 닫은 곳도 제법 돼요. 연륜이 있는 셰프들이 운영하던 곳은 이어갈 후계자가 없으면 그들이 작고한 후에 문을 닫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본 여행을 가면 시니세부터 꼭 찾아가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머지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를 시니세에 찾아가 그곳 셰프들이 보여주는 장인정신을 몸소 느껴보는 건 귀한 경험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도쿄가 디저트의 도시로도 불린다는 거 알고 있나요? 최근 방문했을 때 말차와 초콜릿을 섞어 차로 만든 곳을 다녀왔는데요. ‘이 조합이 과연 잘 어울릴까?’ 하는 재료들을 엮어 정말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내더라고요. 그래서 도쿄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디저트를 내는 곳들도 놓치지 말고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일본 음식 중 일류와 이류의
차이가 가장 큰 메뉴는
야키토리라고 생각한다.

일류 스시집에서는 홋카이도의
우니와 다른 지역의 우니를 비교해서
맛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Q.도쿄 미식 여행을 콘셉트로 삼으셨죠. 그렇다면 도쿄를 대표하는 미식으로 꼭 맛보아야 할 메뉴는 무엇일까요?
도쿄가 스시로 가장 유명한 이유는 도쿄의 역사 배경과 관련이 있어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임진왜란이 끝나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 지방이 정치적 중심지로 빠르게 발전했어요. 이때 인구가 급증하면서 보다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수요가 높아졌는데요. 바다 가까이에 있는 도쿄에서는 신선한 생선 구하기가 수월했고, 이를 조리해 스시를 만들기 시작한 게 점차 정교화되면서 오늘날의 스시로 발전했어요. 저와 도쿄 여행을 가면 이런 이야기를 식사 중에 들려드리는데요. 이런 걸 알고 먹으면 음식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어 많은 분들이 만족스러워하더군요.
Q.훌륭한 미식, 미식가가 되기 위한 기준이나 조건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미식에는 사실 개인차가 존재해요. 아무리 잘 만든 음식이라 해도 그걸 먹는 사람이 알아주지 않으면 그건 미식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렴한 가격의 음식부터 아주 고가의 고급 음식까지 모두 먹어본 사람만이 미식을 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경험이 적으면 일단 미식에 대해 논할 수가 없는 거죠. 도쿄는 스시가 가장 유명하다고 앞서 설명드렸었죠. 그럼 도쿄에서는 시장 스시, 마트 스시, 오마카세 전문점까지 다 경험해봐야 스시 맛을 평가할 수 있는 거예요. 경험이 축적되어 있지 않으면 개인적 취향에 의지해 판단하기 쉽거든요.

현재 문을 닫은
미쉐린 3스타 스시 미즈타니.
예약 손님과의 약속을 위해
기상과 취침 시간을 늘 같게 하는 게
진정한 스시인의 자세라는 말을 남긴 곳이다.
Q.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즐기고, 경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인간은 음식을 먹어야 살아요. 우리의 몸은 음식을 통해 구성되니까요. 모든 인간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일까요? 바로 오래 사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 나라의 가장 좋은 음식, 발전한 음식이 그 나라의 건강과 관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음식이야말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는 거고요. 이런 경험이 그 나라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거예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셰프의 태도를 관찰해보는 거예요. 내가 먹는 음식을 만들고 있는 셰프의 눈빛, 태도를 유심히 지켜보세요. 손끝에서 스시 한 점 한 점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그들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다른 오라가 느껴질 거예요. 이건 과장이 아니에요. 확고한 신념 아래에서 진지한 태도로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인생의 견문이 넓어질 테니까요.
Q.여행을 사랑하는 KALPAK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여행은 예습의 결과물’이라는 말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예습을 하면 여행이 곧 견문이 되거든요. 떠나기 전에 사전 공부를 많이 할수록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게 달라질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호텔 위치 선정인데요. 여행의 승패는 어느 곳에 위치한 호텔을 예약하느냐에 달렸다고 보아도 무방해요.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위치를 고려하지 않으면 여행 중 시간을 많이 낭비하게 되고 체력 안배에도 실패할 수 있거든요. 같은 도시로 자주 여행을 떠나는 분들이라 해도 매번 다른 호텔에 가보는 걸 추천드리고요. 여러 곳의 호텔을 경험하다 보면 어느덧 여행의 선수가 되어 있는 걸 느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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