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O is…
포르투는 포르투갈 북부의 대표 도시로,
대서양의 바람이 스며드는 곳이자 도루강이 잔잔히 흐르는 그림 같은 도시다.
‘항구’를 뜻하는 도시 이름처럼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도루강 하구 언덕에 풍경처럼 펼쳐져 있다.
#1 The Yeatman Hotel
디 이트맨 호텔
디 이트맨 호텔에서 묵는 것은 가히 포르투의 심장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
포르투를 오롯이 담고 있어,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포르투를 온전히 느끼고 향유할 수 있다.
포르투갈 와인에 심취해 보고 싶은 여행자에게 디 이트맨(The Yeatman) 호텔은 완벽한 선택이다. 프랑스에 보르도, 이탈리아에 토스카나가 있다면 포르투갈에는 포르투가 있다. 2010년에 오픈한 포르투의 디 이트맨은 와인에 진심인 전문 와인 호텔로 손색없는 곳이다. 3만여 개의 와인을 와인 저장고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보유한 와인의 97%가 전문 와인 디렉터가 엄선한 포르투갈 와인이기 때문. 장거리 비행으로 피곤해진 몸은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눈 녹듯 사라졌다. 늦은 체크인 탓에 사방이 어둡고 고요했지만, 테라스에서 마주한 도루강 야경을 눈에 담는 순간 작은 탄성과 함께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테이블 위에 정성스레 준비해 놓은 포트와인과 파스텔 드 나타, 초콜릿은 포르투가 내민 달콤한 인사였다. 아낌없이 베푸는 이 환대는 첫 만남부터 낭만으로 물들였다. 그 순간, 아 정말 포르투에 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난다.
객실은 모두 도루강을 바라보도록 설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절경을 누리는 호사를 선사한다.
포르투 최고의 호텔로서 다양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벽면에는 호텔의 명성을 방증하는 여러 상패가 걸려 있다.
포르투 시내를 조망하며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와인 스파. 오크통을 본떠 디자인한 욕조와 와인 테마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창 너머로 도루강의 장관이 펼쳐진다. 디 이트맨 호텔은 가이아 언덕에 위치하며 도루 밸리의 포도밭을 닮은 계단식 구조를 띠고 있다. 호텔 로비가 9층 최상부에 자리하고 객실을 층층이 내려가는 방식으로 배치했는데, 이는 포르투의 지형적 특색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공간은 위화감 없이 포르투의 풍경과 하나가 되어, 마치 도시를 품은 듯한 따뜻한 느낌을 안겨준다. 객실은 모두 도루강과 포르투 시내를 바라보도록 설계해 아침부터 밤까지 포르투의 정취를 온전히 느끼며 머무를 수 있다. 포르투를 향한 애정과 배려가 깃든 이 건축 디테일은 그 자체로 여행의 일부가 된다.
호텔 곳곳에서 와인과 관련한 요소들을 발견하는 것도 이곳의 묘미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와인 스파를 보유한 이곳은 색다른 매력으로 가득하다. 스파로 향하는 길은 와인 갤러리를 연상시키며, 포도를 주제로 한 다양한 그림과 빈티지 와인병, 코르크 디스플레이가 갤러리 못지않은 디테일을 보여준다. 이로써 여행자는 진정 포르투에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장시간 비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몸을 맡긴 이 공간은 광활하게 펼쳐진 도루강 전망을 한눈에 담으며 묵은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는 여유를 선사한다. 스파에서 사용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중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포도 추출물을 주원료로 한 브랜드는 와인 호텔다운 섬세한 안목을 엿볼 수 있다.
아직 와인에 대한 이 호텔의 진심에 놀라긴 이르다. 매주 목요일 호텔 이벤트 룸에서 열리는 와인 시음회와 디너는 이 호텔의 백미. 와인 디렉터 엘리자베트 페르난드스와 미쉐린 스타 셰프 리카르두 코스타가 함께 준비한 와인과 요리를 맛보는 이 시간에는 수십 개의 포르투갈 와이너리가 참여한다. 미식과 와인의 궁극적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으로, 특히 매년 7~9월 여름 시즌에 매월 1회 개최하는 특별한 와인 파티에서는 야외 풀이 보이는 8층 로비에서 도루강의 선셋을 바라보며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에 열리는 대규모 와인 익스피리언스는 디 이트맨 호텔의 최고 자랑이다. 이곳에 머물다 보면 와인을 더 깊이 알고 싶은 강한 학구열이 샘솟는데, 이런 이들에게는 와인 마스터 클래스를 강력 추천한다. 와인 디렉터와 함께하는 소규모 클래스에서 다양한 와인을 시음하며 나만의 와인 취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 포트와인의 진가를 단박에 느낄 수 있는 테일러스 골든 에이지 와인부터 레드, 로제, 그린 와인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어 새로운 와인을 음미하며 자신의 취향까지 탐구할 수 있다.
와인 마스터 클래스는
와인 디렉터 엘리자베트 페르난드스의
섬세한 질문으로 채워진다.
대화 속에서 그 깊이를 더해가며
와인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보여준다.
#2 WOW Culture District
와우 컬처 디스트릭트
와우(WOW)는 포르투의 이야기를 담아낸 공간이다. 도루강을 따라 늘어서 있던 포트와인 저장고들은 2020년 여름, 마치 숨겨진 보물이 세상에 드러나듯 복합 문화 지구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면서도 현대적 세련미를 덧입은 채 포르투의 문화와 숨결을 속삭인다. 각기 다른 콘셉트의 7개 뮤지엄은 포르투와 와인의 정수를 섬세하게 탐구한다. 와인 뮤지엄은 기본적인 지식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마다 다른 토양이 포도의 성격을 어떻게 바꾸는지, 거리마다 깔린 돌 하나까지도 지역의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경험하게 한다. 관람을 마친 뒤 이어지는 와인 시음은 이곳에서 보고, 듣고, 이해한 것을 피부로 느끼는 체화의 과정이다.
장인 정신이 깃든 정밀한 제작 과정을 거친 코르크는 와인의 풍미를 지켜낸다.
다음 코스인 코르크 박물관에서는 간과했던 코르크의 가치를 마주하게 된다. 포르투갈은 전 세계 코르크 생산의 절반을 책임진다. 이는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이 최상의 오크나무가 자생하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크나무에서 코르크를 얻기 위해서는 첫 수확까지 최소 25년을 기다려야 하고, 이후 9년마다 껍질을 벗기는 수작업을 해야 한다. 정밀한 과정을 거쳐 와인의 풍미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섬세하게 설계된 이 작은 코르크 마개에는 올곧은 장인 정신과 포르투갈 자연이 남긴 예술이 깃들어 있다. 그렇기에 포르투갈 곳곳에서 코르크로 만든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나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초콜릿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더 초콜릿 스토리 뮤지엄. 전시 관람 도중에 맛보는 초콜릿은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와우(WOW)거리를 지키는 매와 조련사는 갈매기가 주는 위협과 공격을 예방해 준다.
포트와인 라벨지로 테이블 장식에 재미를 더한 T&C 레스토랑. 독특한 오크 통 인테리어가 유독 눈에 띈다.
‘초콜릿 박물관?’ 의아한 마음으로 발을 디딘 이 뮤지엄은 관람을 마칠 즈음 그 존재 이유를 완벽히 납득하게 했다. 코코아의 기원과 초콜릿이 디저트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상세히 담아낸 이곳에서는 포르투 초콜릿 빈테빈테(Vinte Vinte)의 실제 공장을 전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포함한 점 역시 매력적이다. 포트와인과 최상의 페어링을 자랑하는 초콜릿은 단순한 상업적 시도가 아닌 미각과 문화가 교차하는 예술임을 깨닫게 한다. 이곳 박물관들은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자의 감각을 통해 완성되는 몰입형 인터랙티브 문화 체험을 선사한다.
포르투갈의 바칼랴우 요리는 변화무쌍하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바칼랴우 요리를
맛보는 것은 이 나라를 탐구하는 방법의
하나이자 더없이 흥미로운 경험이다.
뮤지엄을 거닐며 쌓인 걸음은 자연스럽게 허기를 불러왔다. 도루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레스토랑에서 포르투 사람들의 소울 푸드 프란세지냐와 포르투갈 대표 맥주인 슈퍼 복을 함께 즐기거나, 포르투갈의 대표 요리인 풀포와 바칼랴우를 와인과 페어링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은 넓고, 12곳의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으니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와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여정이다. 포르투를 문화 체험의 목적지로 재정의하고, 이 도시와 그 속에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삶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다.
#3 Taylor’s Port Wine
테일러스 포트와인
와인 호텔에서 보낸 여정을 뒤로하고 포트와인을 본격적으로 탐험할 시간이다. 테일러스는 1692년에 시작되어 포르투갈 와인의 역사를 상징하는 브랜드다. 테일러스의 포트와인은 숙성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빈티지 포트는 오크 통에서 2년간 숙성한 후 유리병에 병입해, 병 속에서 천천히 익혀가며 최고의 품질을 완성한다. 루비 포트와 화이트 포트는 산소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대형 오크 통에서 숙성시켜 생생한 과일 풍미와 선명한 색을 간직한다. 반면에 타우니 포트는 상대적으로 작은 오크 통에서 숙성시켜 고유의 부드럽고 진한 갈색 빛깔과 독특한 풍미를 지닌다. 셀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테일러스 포트와인이 지닌 헤리티지와 그 깊은 시간이 몸으로 느껴진다. 숙성 중인 오크 통들이 줄지어 있는 장관이 시선을 압도한다. 어둑한 공간에 은은히 퍼진 와인 향과 오크 통마다 적힌 숙성 기간이 이곳의 세월을 웅변한다. 오크 통 사이를 지나며 연도와 숫자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니, 익어가는 포트와인의 숙성 시간과 종류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이를테면 ‘2024/10’이라 적혀 있는 오크 통의 숫자는 2024년에 수확해 그로부터 10년이 되는 해까지 숙성시킨다는 의미로, 이 오크 통의 와인은 10년이 지난 2034년에야 우리가 맛볼 수 있게 된다.
수많은 오크 통 사이를 지나다 가장 끝, 중앙에서 테일러스 로고가 새겨진 커다란 구조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벽이 아닌 대형 오크 통이었다. 다양한 크기의 오크 통을 접하다 보니 테일러스 포트와인 셀러의 규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셀러 구경을 마친 뒤에는 야외 가든으로 나와 다양한 포트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포르투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테일러스 포트와인을 맛보는 시간은 각기 다른 숙성 방식과 오크 통을 거쳐 탄생한 포트와인들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타우니 포트 특유의 부드러운 견과류 향, 루비 포트의 신선한 베리 풍미, 그리고 희귀한 빈티지 포트의 깊이 있는 여운까지, 한 잔 한 잔이 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셀러에서 숙성 중인 이 와인들이 세상에 다시 나올 순간을 상상하며, 오래도록 기억될 테일러스 포트와인만의 정수를 경험하게 된다.